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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 REPORT | 이벤트 리포트
광주 국제도시디자인
2018. 
| 2018 광주국제도시디자인 청년캠프 후기_이소현

‘몇 살이니? 이름이 뭐야?’ 
 어렸을 적 할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를 돌면 어른들은 꼭 이렇게 물어보았다. 나는 귀찮다는 듯 손가락 다섯 개를 내밀어보였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은 내가 누구인지 묻는 자기소개서 앞에서 최선을 다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 때는 알고 지금은 모르는 ‘나’ 때문에. 청년캠프 제안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잠깐이지만 나를 괴롭히는 질문들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 행복했다. 가서 조금 쉬다가 와야지. 광주로 향하는 새벽 첫 차에서 달콤한 망상을 꿨다. 언제나 그렇듯 꿈은 깨기 마련이고 나는 절망했다. 건물의 벽에 당당하게 걸려있는 포럼의 주제. 도시디자인, ‘광주다움’을 찾다. 나도 나를 몰라 괴로운데, 나에게 ‘광주다움’을 찾으라니!

 

광주 속으로: 어반 디자인투어
청년캠프는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었다. 인천, 송도, 제주도 여러 지역에서부터 중국,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젊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참가자들의 열정만큼이나 프로그램의 일정도 매우 다양했다. 우리는 먼저 프로젝트를 진행할 광주의 여러 지역을 돌아보기 위해 시티투어를 진행했다. 광주의 시티투어는 특이하게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1930년대부터 2030년까지 100년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스토리로 ‘나비’라는 주인공이 광주의 여러 곳을 소개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나에게는 광주 도심의 모습과 역사적, 문화적 이야기들을 빨리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무엇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방문했을 때 역사를 보존하고 문화를 존중하자는 광주의 모토를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ACC는 5·18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충장로의 시청, 신문사 같은 건축물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지는 문화공간을 지하로 배치하였는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개념을 건축물에 녹아들게 한 점이 인상깊었다. 더 나아가 지상에는 하늘공원을 조성해 ‘빛의 도시’ 광주를 나타내는 다양한 조명과 함께 시민참여형 공간을 만들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장소를 마련해두었다. 역사적 장소를 실제로 보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고 단순히 교훈적인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고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깨우칠 수 있게 했다는 것에서 참고할 점이 많은 곳이었다.

 

도시 디자인의 이해 : 전체회의 참석
이튿날부터 전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건축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회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도시의 모습은 곧 인간의 생활 즉, 건축이 인문학과 맞닿아있음을 깨달았다.도시 디자인은 크게 경관디자인, 공공디자인, 안전디자인으로 나뉘는데 결국은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 생활모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말뚝(볼라드)이 보행에 장애물이 되거나 또는 무분별하게 만들어져 경관을 해치는 경우가 있었다. 하나의 디자인 요소가 다른 디자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결국은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거 형태와 안전,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것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도시에 살면서도 내가 살아가는 곳이 이렇게 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하나의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점점 성장하고 발전하며 그에 따른 갈등이 일어나지만 다시 하나로 조화되어 커져가는 과정들은 마치 한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과 닮아있었다.   

 

청년들이 만드는 문화도시 광주 : 청년캠프 발표식
청년캠프의 최종 목표는 ‘청년이 만드는 광주의 모습’이었다. 우리 팀은 광주 동명동의 일부 도로를 선택해 차도와 도보를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동명동을 방문했을 때, 주변에 학교와 주택이 많아 사람들의 이동이 많았지만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도보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로 인해 차와 사람이 엉켜 위험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내가 다니는 학교 주변도 동명동 같이 위태한 모습이었지만 자각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많은 위험이 내재되어 있어도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생활하고 있었던 셈이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보다는 실제 동명동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보행자거리 조성’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아침, 낮, 밤으로 시간대를 나누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볼라드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일부거리는 차량 통행을 완전히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에 네덜란드 델프트시의 ‘woonerf(보느러프)’ 모델에 영감을 얻어 차량의 속도를 제어하는 도로 디자인을 구축했다.
 

비록 순위권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3박 4일의 짧은 기간 안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 뜻깊었다. 특히 타지에서 온 나를 배려해주고 혹시라도 내가 뒤쳐질까 많은 도움을 준 광주 친구들 덕분에 처음 방문한 광주는 다시 여행하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도시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곤 하는데, 내가 만났던 광주시민들은 친절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그 마음들은 광주가 간직해온 역사적인 뿌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의 의미를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다. 끊임없이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도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정체성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질 수 없다. 또한 단 하나의 단어로 정의될 수도 없다. ‘광주다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모른다’는 것이 나의 답이다. 더 나아가 ‘청주다움’, ‘한국스러움’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답은 똑같다.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해야 하고 찾아가야한다.  어렸을 적의 나는 그 질문이 귀찮기만 했는데, 이제는 알겠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살아가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은 결국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제부터 애정을 가지고 이 공간을 알아가볼까한다. 

 

작성자 :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