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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젓가락

November 22, 2016

(동양일보)내가 젓가락을 처음 잡은 것은 몇 살 때였을까. 아무리 빨라도 서너 살은 되어서였겠지 싶다. 수저 서랍을 열어본다. 은수저, 스테인리스수저, 나무수저, 플라스틱수저 중국에서 사온 상아 젓가락, 그리고 찻숟가락이 서랍 속에 가지런히 놓여 용도에 따라 불려나오기를 기다린다. 귀할 것도, 값나가는 것도 없지만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다.

 

지금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옛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10일부터 27일까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한중일 3국의 젓가락에 담겨있는 문화원형을 탐구하고 전시, 공연, 학술, 영상 등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특성화한다기에 호기심으로 찾게 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셀 수도 없이 많은 숟가락, 젓가락들이(3000여 점) 멋진 공예품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젓가락을 처음 발명한 것은 중국이며 3,0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1000년이 훨씬 넘은 백제의 무령왕릉에서 청동수저가 발굴된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수저를 사용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중·일 삼국을 비롯한 베트남, 싱가포르, 몽골 등 동아시아권의 15억여 명이 쓰고 있는데, 그중 한. 중. 일 세 나라가 80%를 차지한다. 각 나라의 생활상과 문화에 따라 젓가락의 모양과 기능들이 서로 다르게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중국 젓가락은 모양이 뭉툭하고 길다. 가족들이 원탁에 둘러 앉아 빙그르르 돌려가며 개인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기 때문에 멀리 있는 걸 집어 먹으려니 긴 젓가락이 필요했다.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 많고 면류를 즐겨먹었기 때문에 대나무 젓가락을 많이 사용했다. 중국에서 발전한 젓가락 문화가 한국 일본까지 영향을 끼쳤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생선을 많이 먹는다. 생선은 살이 잘 부스러지기 때문에 젓가락이 뾰족하고 짧은 게 편리했다. 가벼운 나무그릇을 사용하고 숟가락 없이 옻칠한 젓가락을 이용해 밥을 먹고 된장국도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져 후루룩 마셨기 때문이다.

 

우리조상들은 가족이 함께 먹기는 해도 남녀 그리고 어른이 따로 밥상을 받았기 때문에 젓가락이 길 필요가 없고, 또 숟가락이 있기 때문에 길지도 짧지도 않다. 우리의 ‘분디나무’(산초나무) 젓가락은 특별했다. 고려가요 ‘동동’의 12월령가에 분디나무 젓가락이 나온다. 이 나무는 곧고 가늘게 자라며 속에 심이 있어 단단하고 나무의 기능을 넘어 약초의 성질을 가졌기에 음식의 변질을 막아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자연 친화적이라 청주의 특산품으로 개발하면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펄벅 여사는 “한국인의 젓가락질은 밥상 위의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 고 했다. 우리는 콩자반을 집어 먹을 만치 젓가락질이 능숙한데 서양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어릴 때부터 젓가락을 쓰면 뇌 활동을 촉진시켜 머리가 좋아지며, 노인은 치매예방도 된다고 한다. 젓가락을 쓸 때, 손가락, 손바닥, 손목, 팔굽 등 30여개의 관절과 50여개의 근육을 움직여야한다. 동양인들이 수학을 잘하는 것은 젓가락 사용에서 기인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줄기세포, 복제기술 등이 우수한 것도 젓가락 사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흥’이 많아 술 먹고 신이 나면 젓가락 장단에 노랫가락이 나온다. 쇠 젓가락은 소리도 잘 낸다. 밥상의 젓가락장단이 바로 우리의 싸이를 만들어낸 원천인지도 모른다.

 

100년 가까이 대를 이어온 일본 젓가락 제조회사 효자에몽에서 만든 1억이 훌쩍 넘는다는 고급 젓가락이 눈길을 끈다. 흑단나무에 금과 다이아몬드를 박았으니 참말 호화롭다. 사람도 짝이 있듯이 젓가락도 짝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하니 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래의 젓가락은 어떤 것이 될까? 2015년 유네스코가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칠 IT 기술 10개를 선정했는데 중국 바이두가 개발한 스마트 젓가락 ‘콰이써우’가 출시되었다. 젓가락 끝에 센서가 달려있어서 음식의 성분을 알려주고 혹시 안 좋은 것이 들어 있는지를 검색해LED가 빨강색, 파랑색으로 표시해 준다니 놀랍지 않은가. 청주에서 이보다 더 기발한 젓가락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http://www.d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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