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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63. 젓가락질만 잘해도 취직

December 7, 2016

최근 한 식품기업 신입사원 공채 면접에서 지원자들의 젓가락질을 심사했다고 해서 화제다. 젓가락질 면접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업관계자는 “기존에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 중 하나로 젓가락 교육을 하던 것을 이번에 면접전형에 도입함으로써 기업 가치와 철학을 모든 지원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식품을 만드는 회사이니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심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만큼 젊은 세대가 젓가락 사용을 안 한다는 얘기도 된다. 

다소 특이한 젓가락질 면접 기사를 보면서 세계에서 젓가락을 사용해 식사를 하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궁금했다. 젓가락은 동아시아에서 주로 사용되며 유럽의 경우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손이다. 일부 서양 상류층에서 젓가락 사용자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와 중화권, 그리고 일본이 대표적인 젓가락 사용 국가다. 

젓가락은 음식을 먹기 위한 도구다. 한중일 삼국의 젓가락은 각국의 가족문화와 음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 크기도 제각각이다. 삼국 중 중국의 젓가락이 제일 길다. 대가족이 모이기에 식탁이 크고 그래서 멀리 있는 음식을 집기 위해서는 자연히 긴 젓가락이 필요했다. 생선 요리를 즐겨 먹는 일본의 젓가락은 길이가 짧고 끝이 뾰족하다. 그리고 밥그릇을 들고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아서 젓가락 길이도 짧다. 

우리나라는 혼자도 먹지만 때로는 겸상도 하고, 음식도 고기와 나물 등 종류가 많아서 길이가 중간쯤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젓가락문화가 중국, 일본과 다른 것은 숟가락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헤이안(平安) 시대까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했지만 그 후 젓가락은 점차 식사 때만 사용하고 숟가락은 차를 끓일 때 엽차를 뜨는 용도로 바뀌었다. 

젓가락은 대략 3000년 전에 중국에서 처음 등장해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젓가락 사용과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중국 은나라 시대의 갑골문자다. 기록에 따르면 젓가락은 은(殷)나라 때 제례의식용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백제 무열왕릉에서 출토된 동제(銅製) 수저가 가장 오래된 젓가락으로 알려져 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월령체 고려가요인 ‘동동’에도 분디나무(산초나무) 젓가락이 등장한다. 삼국의 젓가락을 비교하는 것은 어느 나라의 젓가락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랜 시간 몸에 밴 식(食)문화에 따라 젓가락도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미래혁명’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한다’라고 했다. 한중일 삼국이 세계 IT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것이 젓가락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젓가락의 섬세한 움직임이 인간의 두뇌 발달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손가락에 있는 30여 개의 관절과 6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이고 이에 따라 손의 감각이 극대화되고, 뇌 기능도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가 책에서 말한 대로라면 우리 젊은 세대의 서툰 젓가락질은 IT산업, BT산업의 흥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첨단기술이 우리보다 젓가락질을 더 많이 하는 일본과 격차는 벌어지고 중국과는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작은 젓가락질이 산업전반에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단순히 재미있는 상상에 불과할까. 

“인간이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 때 다 배웠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해서 그렇지 유치원에서는 많은 것을 배운다. 젓가락질도 그때 배운다. 성인이 되어서도 젓가락질이 서툰 것은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부족한 것이다. 식품회사에서 젓가락질 입사면접을 시도한 것도 지원자의 평소 태도를 가름하고 가족문화를 기업문화와 융합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밥상 위에서 만난 한중일 젓가락 이야기’라는 주제로 청주에서 열린 ‘젓가락페스티벌’이 지난 11월 27일 폐막했다. 젓가락에 담긴 생명문화와 공동체적 가치를 통해 동아시아가 문화로 하나 되자는 취지로 만든 ‘젓가락페스티벌’은 젓가락이 동양의 섬세함과 독특한 가족문화까지 겸비하였음을 다시 한 번 알리는 행사였다. 젓가락 하나만으로도 세계가 다르면서도 하나가 될 수 있음에 놀라웠다.

 

http://www.sportsworldi.com/content/html/2016/12/06/20161206003512.html?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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